Future Briefing


[제4호] 태릉선수촌 종합훈련시설 철거 아닌 대안모색 필요하다 - 송경택(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전 감독, 싱크탱크미래 이사)
2018.02.12




피겨여왕 김연아가 29일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성화 최종 주자로 점화하고, 강원도민 1000명이 촛불로 평화의 상징 비둘기를 만들어 보이며 평창올림픽이 공식적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평창올림픽은 사상 최초로 금메달 수가 100개가 넘는 대회다. 또 얼마나 많은 스포츠 영웅들이 탄생하고 감동스러운 드라마가 쓰여 질지 입장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눈빛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대회 둘째 날 쇼트트랙 남자 1500미터에서 임효준 선수가 대한민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 주었다. 이 금메달은 태릉선수촌이 아닌 진천선수촌에서 나온 첫 번째 금메달이기도 하다. 올림픽이나 금메달이라는 말이 나오면 보통 태릉선수촌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진천선수촌이 지난 해 9월 완공되면서 12월부터 스피드스케이팅을 제외한 모든 종목의 대표선수들은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해 927일 부로 태릉선수촌은 그 시대를 사실상 마감했고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태릉선수촌은 철거될 예정이다.


태릉선수촌 종합훈련시설 철거만이 능사인가?


선수촌을 진천으로 옮겼다고 해서 태릉선수촌이 왜 철거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것이다. 이 문제는 2009년 스페인 세계유산대회에서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유네스코가 그 중 하나인 태릉과 강릉이 훼손되어 있으니 묘역을 복원하라고 권고하였고 정부는 유네스코에 복원을 약속함에서 비롯되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근현대사의 문화유산으로서 우리나라 현대 스포츠 문화의 상징이자 수많은 스포츠 선수들을 배출해낸 태릉선수촌을 없애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서울시에 태릉선수촌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고 서울시는 태릉선수촌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하여 대한체육회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태릉과 강릉의 원형을 복구하기 위해 그 사이에 자리 잡은 태릉선수촌을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태릉선수촌의 철거를 막기 위해 대한체육회는 서울시에 태릉선수촌을 문화재로 등록해 달라는 신청서를 접수했다. 서울시는 서울시문화재위원회 사전조사를 실시하여 태릉선수촌의 건축물들이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문화재청에 태릉선수촌의 문화재등록신청서를 제출했다. 문화재등록기준은 건설·제작·형성 된지 50년이 지난 것으로 각 분야에서 기념이 되거나 상징적 가치가 있는 것 혹은 지역의 역사 문화적 배경이 되며 그 가치가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것이다. 태릉선수촌은 이러한 문화재 등록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등록문화재가 되면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원형이 보존된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심사보류판정을 내린 채 2년 동안 심의만 하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재청은 올해 3월 선수촌부지사용허가가 끝나면 8개 시설물을 제외한 나머지는 곧바로 철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화재청은 줄곧 태릉선수촌이 조선 제11대 임금인 중종의 계비 문정황후가 묻힌 태릉과 문정왕후의 아들인 명종과 인순황후가 잠든 강릉의 능역을 크게 훼손했다는 입장이다. 지도를 보면 태릉선수촌이 태릉과 강릉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강릉의 능역을 축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조선 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유 중에는 능원의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600여년을 이어 온 제례문화의 가치를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태릉과 강릉지역의 체육시설이 들어 있는 곳은 이러한 제례 동선과 참배객들의 집합공간, 재실, 향대청, 전사청, 제기고, 행각, 어정, 외금천교 등 능원의 중요시설이 자리했던 곳이기에 조선 왕릉을 복원하여 태릉과 강릉이 본래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서는 선수촌을 철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가차원에서 왕릉의 원형을 복원하겠다고 유네스코에 약속했기 때문에 이를 어길 수 없다는 것도 선수촌 철거를 추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들고 있다.


예비 국가대표선수와 시민들의 체육아카데미로 거듭나야


하지만 태릉선수촌이 1966년부터 국내 엘리트체육인을 육성하는 밑거름이었고 한국스포츠의 산실인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수많은 세계대회에 참가하여 국제사회에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면서 50년 넘게 국민들을 울고 웃게 한 태릉선수촌은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크다. 진천 선수촌이 생기기 전까지 모든 역대 올림픽메달리스트들은 태릉선수촌과 함께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한민국의 체육 그 자체이자 역사적으로 의미가 매우 큰 공간인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대표선수들의 훈련을 위한 최상의 시스템을 갖추었던 곳이기에 시설이 가지고 있는 가치나 활용도가 매우 높다.

지금껏 국가대표 상비군이나 꿈나무 선수들은 합숙 훈련기간 동안에 사설 호텔이나 모텔을 숙소로 삼아 훈련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일관되고 체계적인 훈련과정을 진행함에 있어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대표 상비군은 장래에 국가대표선수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대표 주니어 선수들 역시 모두 국가대표 상비군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럼에도 국가대표선수들에 비해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 합숙훈련도 국가대표는 거의 일 년 내내 선수촌에서 훈련일정을 소화하는 반면에 이들은 일 년에 두 번 여름과 겨울 3주씩만 받는다. 나머지는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비용을 들여 훈련을 한다. 하지만 선수들의 합리적인 영양관리와 근대적 설비를 통한 훈련으로 경기인의 자질을 향상시키기에 최적화된 공간인 태릉선수촌을 활용할 경우 선수촌 내에 기숙사 및 식당, 종합훈련시설을 모두 이용할 수 있으므로 각 경기종목의 국가대표상비군 또는 예비국가대표 선수들을 입소시켜 합숙훈련을 가짐으로써 팀워크를 정비하고 전력의 집중적인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태릉선수촌에는 새롭게 증축된 건물들이 많은데 특히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은 지금껏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증축을 거듭해 세계 8번째 규모이다. 국제 규격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대회가 많이 개최된 곳이기도 하고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400미터 트랙을 보유하고 있어 보존 및 활용가치가 충분하다.

오늘날의 스포츠는 과거의 소수 엘리트 중심에서 탈피하여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대중스포츠시대로 발전하면서 생활체육이 활성화되고 있다. 태릉선수촌은 국가대표선수 훈련장으로서의 주된 기능 외에 스포츠의 구체적 실행과 학술적 연구를 연결하고, 일반시민 체위향상 및 체력증진, 그리고 시민의 스포츠 생활화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에 따르는 지도자 양성의 필요성에 발맞추어 전 국가대표선수들이 훈련을 통해 체득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들을 지도자로 양성할 수 있는 훌륭한 아카데미가 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문화유산 태릉과 서울미래유산 태릉선수촌 공존 가능하다

 

태릉선수촌의 운명은 결국 문화재청의 문화재 등록 심의 결과에 달렸다. 태릉선수촌시설이 등록 문화재가 되고나면 태릉선수촌은 근현대사의 문화재가 되는 것이고 철거가 아닌 보존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앞에서 살펴보았듯 태릉선수촌의 건축물들은 문화재로서 등록될 수 있는 모든 요건을 갖추었다. 태릉·강릉을 보존하기 위해 태릉선수촌을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기본 입장이지만 태릉선수촌은 이미 서울 미래유산으로도 지정된 만큼 근현대사의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점을 문화재청도 인정하고 있다.

다만 문화재로 등록을 하게 되면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태릉·강릉의 원형을 회복하지 못하게 되고 유네스코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딜레마가 심의를 보류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유네스코도 요즈음 고대사와 근현대사의 공존을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문화재 등록을 통한 시민여론이 형성되면 유네스코와의 약속도 다시 고려해 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문화재청이 태릉·강릉의 원형을 복원하겠다는 것은 태릉선수촌을 완전히 철거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태릉·강릉의 원형을 복원하려면 선수촌 철거는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왕릉의 원형복원도 중요하지만 50년 이상 태릉에 자리를 잡고 많은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준 태릉선수촌의 시설을 잘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의미가 크다. 어찌 태릉선수촌이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왕릉 복원의 가치에 비할 수 있느냐는 일부 문화계의 비판도 있지만 두 가치는 비교의 대상이 아니고 각각의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태릉선수촌의 상징성을 나타낼 수 있는 건축물 한두 개 정도를 남기고 나머지 건축물들은 모두 철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태릉선수촌 역시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분명히 가지고 있으므로 중요한 종합훈련시설 등 건축물들은 남기고 보존하고 시민체육을 위해 발전시켜야 한다. 태릉·강릉의 제례동선이 선수촌의 중요시설물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철거하여 원형을 복원하기보다는 제례의식 관련시설들이 있었던 곳임을 표시, 그 시설물들의 모형을 설치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표시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공존의 방식이다. 두 가치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면 그렇게 하는 게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보고서는 싱크탱크 미래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