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Briefing


[제7호] 포스트 평창의 한반도 정세: 동상이몽의 남·북·미 - 김근식(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8.03.05



 

평창 이후를 우려하는 이유


평창올림픽이 끝났다. 북한의 참가로 안전하고 평화로운 올림픽으로 잘 마무리되었음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의 단순한 참가를 넘어 예술단, 응원단 등 남북관계가 물꼬를 틈으로써 관심과 흥행에도 성공했다. 겨울철 최대의 스포츠 축제로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을 뿐 아니라 개회식의 김여정과 폐막식의 김영철이 한반도 정세의 한복판에 자리 잡음으로써 북핵문제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었다. 사고 없이 무사히 잘 치러졌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평창을 계기로 한 남북관계 진전과 북핵문제 논의가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분명 이번 동계올림픽은 성공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구상한 평창발 한반도 평화 프로젝트가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평창 이후다. 한껏 고조되었던 한반도 위기정세가 북한의 참가와 남북대화 복원으로 긴장완화로 관리되고 있음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다. 나아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북미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게 된 점은 향후 북핵문제 해결에서 새로운 기회로 평가되기도 한다. 평창발 평화프로젝트가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로 진전되고 실제 비핵화 협상으로 이어진다면 문재인 정부의 평창구상은 성공으로 평가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막 한걸음을 내딛었을 뿐이다. 남북대화 재개라는 첫 단추를 꿰었을 뿐이다. 김정은이 비핵화를 수용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협상을 수용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포스트 평창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이유다.

 

평창 이후를 우려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평창 프로젝트의 관련 당사자들의 셈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평창 참가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대북 제재의 틈새를 벌리고 미국의 대북공세를 누그러뜨릴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해서 자신이 바라는 북미협상이 성사되기를 원하고 있다. 즉 핵 포기라는 비핵화 의지는 밝히지 않은 채 남북관계라는 지렛대를 통해 미국의 공세로부터 안전판을 확보하고 나아가 북미협상에서 한국정부를 자신의 우군으로 이용하려는 전략이다. 김여정이 특사로 와서 불쑥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제의하고 대남전략을 총괄하는 김영철이 내려와서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하는 의도는 평창을 통해 일단 남북관계를 한껏 속도감 있게 진전시키려는 의도이고 이는 곧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군사적 옵션을 막아내고 향후 북미협상에서 한국정부를 활용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김정은의 평창 전략은 비핵화 없는 남북관계 발전과 한미 간 틈새 벌리기다.


··미의 전략 분석과 전망


문재인 정부는 평창을 통해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북한을 설득해서 비핵화로 나오게 함과 동시에 북한의 태도 변화를 내세워 트럼프 행정부를 북미대화로 견인하려는 전략이다. 북미 양쪽을 설득해서 비핵화 협상의 시작을 모색하는 것이다. 개회식 리셉션에서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만남을 주선해보려고 끝까지 시도한 점이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결국은 불발로 끝난 김여정과 펜스 부통령의 청와대 회담을 이끌어낸 것은 시종일관 평창발 북미대화의 장을 열어보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구상이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김영철에게 대통령뿐 아니라 국정원장과 통일부장관과 안보실장과 6자회담수석대표 등이 전방위적으로 비핵화 수용 의사를 설득하고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즉 문재인 정부의 평창 전략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대화의 시작이라는 운전자론의 시동걸기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평창을 통해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이라는 기존의 대북 제재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비핵화 없는 북미대화는 단호히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아직은 국제사회가 제재의 고삐를 더 강하게 조여야 하고 북의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가 전제되지 않는 한 대화를 위한 대화는 수용불가라는 입장이다. 펜스 부통령이 오토 웜비어 부친과 같이 오고 탈북자들을 면담하고 천안함 기념관을 찾은 행보는 그 맥락을 강조하기 위한 메시지였다. 개회식 뒷좌석에 있는 김영남과 김여정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리셉션 장소에서도 김영남을 유령 취급한 펜스 부통령이었다. 이방카 보좌관 역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에서 한미 공조의 대북제재만을 강조했고 김영철 일행과의 대화나 조우도 피한 채 오로지 스포츠 외교만 하고 돌아갔다. 트럼프의 평창 전략은 대북 압박을 강화하되 비핵화 없는 북미대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평창발 평화프로젝트는 일단 남북미 삼자가 평창에 참여함으로써 시작은 가능했지만 각각의 전략과 셈법이 상이해서 평창 이후 진전 가능성이라는 기대보다는 좌초 우려가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를 거부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를 전제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려 하고 트럼프는 비핵화 없는 대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른바 동상이몽의 포스트 평창 국면에서 북미대화가 극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물론 김정은이 극적으로 입장을 바꿔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거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 평창 프로젝트는 역사적인 대성공을 거둘 수 있다. 분단의 남북관계에서 단 한 번도 백두혈통을 보낸 바 없는 북한이 파격적으로 김여정을 급하게 특사로 보내는 김정은의 결심을 보면 아무도 예상 못한 비핵화 결단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헌법과 법률과 당규약과 당노선으로 핵보유를 명시해 놓은 김정은으로서는 아무리 파격적이라 해도 비핵화로 급선회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김정일은 한반도 비핵화를 지속적으로 공언했고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에 참여했고 대미 협상카드로써 핵문제를 인식한 것에 비해, 지금 김정은은 국가 핵무력의 완성과 핵보유국의 자존심을 이미 대내적 정당성 카드로 공포해버린 상황이기 때문에 비핵화에 나설 정도의 운신의 폭이 없어 보인다.

 

한미공조로 북한 비핵화 견인해야


그렇다면 동상이몽의 포스트 평창 국면에서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위한 생산적인 대화가 성사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문재인 정부의 평창 프로젝트의 결정적 약점이자 향후 북미협상의 최소한의 필요조건은 바로 전면적인 한미공조의 회복이다.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완전한 일치를 보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상 부인하기 어렵다. 워싱턴을 먼저 설득하고 평양을 설득하는 것이 현실적 수순임에도 지금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를 통해 워싱턴을 압박한다는 의혹까지 받는 형국이다. 김대중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핵심요인은 바로 임기 초반 미국과의 대북정책 공조에 전적으로 공을 들였고 페리프로세스라는 일치된 대북정책을 확보한 이후에 남북관계 개선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한미공조 없는 남북관계는 미국으로 하여금 문재인 정부를 의심하게 할 뿐이다. 한국은 북미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북측에 기울게 되는 모양새가 될 뿐이다.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통해 대미 안전판과 우군화 전략을 작동한다는 우려만 낳게 할 뿐이다. 우리가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매를 하고 있다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인식이나, 북한보다 미국을 설득하는 게 더 힘이 든다는 정부 내 분위기는 더더욱 한미공조를 어렵게 할 뿐이다.

 

제재의 효과가 작동하면서 김정은이 평창카드를 받은 만큼 지금은 한국과 미국이 더욱 찰떡공조를 강화해서 대북제재를 강인하게 지속하고 재재의 결과로 북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을 멀리할 게 아니라 미국과 공조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을 압박하는 제재국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북관계의 진전과 남북대화 재개도 국제사회의 제재국면을 일방적으로 허무는 것이 아닌, 한미가 함께 북한을 비핵화로 견인하는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과정이고 수단이어야 한다. 평창 잔치는 끝났다. 더 성대한 북미대화 후속잔치가 열릴지, 말만 요란한 일회성 잔치로 끝날지는 남북관계가 아니라 사실상 한미공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후속 잔치로 발전시켜 나가려면 한미공조에 기반한 남북 및 북미관계 발전이라는 궤도를 이탈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이 보고서는 싱크탱크 미래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