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Briefing


[제1호] 제3당의 미래와 중도통합 : 양당제의 소용돌이를 넘어 - 오승용 (싱크탱크 미래 대표)
2018.01.16


 

 


정당연구자라면 누구나 읽어야하는아니 정치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 중의 하나가 심지연의 <한국정당정치사(백산서당, 2017)>위기와 통합의 관점에서 한국정당의 이합집산을 통사적으로 서술한 역작이다.

 

위기와 통합의 문제틀에 한국 정당의 이합집산과정을 우겨넣은 것 아니냐는 약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앞둔 정당에게 통합은 승리분열은 패배라는 명제를 입증해주는 생생한 자료와 증거들이 담겨있다이 책의 설명이 아니더라도정당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역사적 사실을 굳이 증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당연 명제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이 책에는 일부 함정도 있다이 책의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제3당은 필연적으로 위기에 직면하여 흡수되거나 소멸할 개연성이 높다는 해석은 주의해야 한다.

 

 


 

 

 

지역정당의

딜레마

 

 

백보양보해서 앞서 언급한 정당들이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정당이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는 해석을 받아들이더라도이런 해석은 제3당의 성공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실패를 설명할 수는 없는 자기모순에 빠진다지역적 기반이 있기 때문에 성공했지만 지역적 한계 때문에 흡수통합소멸의 길을 걸었던 현실의 모순을 설명할 수 없다.

이는 성공도 지역 때문이고실패도 지역 때문이라는 기이한 순환논법이다따라서 제3당의 성공여부는 지역적 기반의 보유 여부이고국민의당이 제3당 지위를 지속하기 위해선 호남중심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넌센스에 불과하다.

3당의 성쇠(盛衰)를 분석하면서 빠지기 쉬운 오류는 지역기반에 대한 표피적 해석이다한국 정당의 변천사를 주마간산 식으로 훑다보면 지역기반이 있었던 제3정당만 살아남았다는 과잉일반화로 빠질 위험이 있는데이는 잘못된 해석이다예컨대 14대 국회의 자민련, 16대 국회의 민주당, 17대 국회의 자유선진당, 20대 국회의 국민의당 등은 호남과 충청이라는 확실한 지역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제3당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주장인데그런 논리라면 14대 국회의 통일국민당, 16대 국회의 열린우리당 등 특정 지역기반과 거리가 멀었던 정당의 성공을 설명하기 어렵다.

 

 


 

 

 

양당제의

소용돌이

 

3당의 등장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개념은 양당제의 소용돌이(vortex) 혹은 양당제의 폭정(tyranny)이다한국 정당체제는 양당제의 소용돌이가 너무 강력해 주변 정치세력을 모두 양당의 소용돌이 안으로 빨아들인다(국민의당 일부 의원들과 정의당의 친정부 행보를 보라!). 양당제 옹호론자들은 제3당의 존재가 정상적인 선거과정을 왜곡하고 정부의 책임 있는 통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선전한다심지어 제3당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도 제33의 정치세력에겐 호의적이지 않아서 양대 정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보도논조가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경우가 많다.


양당제의 소용돌이는 단순히 정치적 의미체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뒷받침된다소선거구 다수대표제는 양당제를 굳건하게 뒷받침하는 버팀목이며선거구획정도 양당의 강력한 영향력이 작동하는 기득권 영역이다인구불비례(disapportionment) 획정당리당략적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 모두 양당제의 지배력 하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다최근 서울시의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기초의원 4인선거구를 2인 선거구를 쪼개려는법제정 취지에 반하는 시도 역시 거대 양당의 카르텔이 작동한 결과다국회운영은 말할 것도 없다소수당은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하면 원내협상 등 주요 논의에서 배제되는 것은 물론 정책연구위원도 배정받지 못하고국회일정이나 상임위 배분 등에서도 발언권이 없다국고보조금 차별이 가장 큰데예를 들어 국고보조금을 100원이라고 할 때절반인 50원을 교섭단체가 떼어가 균등하게 나눈 후 5석 이상 20석 미만 의석을 가진 정당에는 총액의 5%씩 지급한다그리고 남은 돈의 절반은 정당의 의석수 비율에 따라 나눠주고나머지 절반은 총선 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의석수와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배분하면 될 것을 복잡한 배분공식을 만들어 교섭단체그 중에서도 원내 제1당과 2당에게 더 많은 국고보조금이 배분되도록 한다.

그런데 진짜 심각한 문제는 자원배분의 불이익이나 선거제도의 불리함에만 있지 않다정당그리고 의원은 갈등을 해결하는 최종병기다선거는 의회에 도달하는 갈등의 수를 결정하는 절차다다수대표제는 의회에 도달하는 갈등의 수를 강제로 혹은 2개로 줄이고 나서 의회에서 다수결로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현행 선거제도는 구조적으로 갈등의 수를 강제로 줄이는바꿔 말하면 사회적 소수파의 요구를 제도적으로 봉쇄하는 기능을 한다반면 비례대표제는 일정한 지지율 관문(예컨대 3~5%)만 통과하면 해당 갈등을 의회에서 수렴하여 대화와 타협(연합정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 공학에 기초하고 있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면다수대표제 하에서는 원내 1당이나 2당이 대변하지 않는 이익갈등은 의회에서 배제되거나 선택대안으로 고려조차 되지 않는 무결정(non-decision making) 현상이 일상적으로 발생한다경제지역종교세대인종문제와 관련하여 사회적 약자들의 요구가 웬만해선 의회 입법에 반영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반대로 비례대표제 하에서 선거는 현 체제를 이탈하는가의 여부만 확인해주고 나머지는 의회에서 정당 간 화학작용을 통해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메커니즘이다원내 1, 2당이 주도하지만경우에 따라 3당이나 4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소수자의 이익과 요구를 제도적으로 보장·관철할 수 있다어느 제도가 국민에게사회·경제적 약자(소수자)에게 궁극적으로 이익이 되는 제도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중대선거구나 비례대표제 채택 요구가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리민복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갈등의 기계적 배제에서 오는 또 다른 새로운 갈등을 줄이고약자(소수파)의 이해도 의회에서 반영되도록 함으로써 국가공동체 구성원의 전체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3당의

장기지속

 

그렇다면 제3당의 살길은 무엇인가가장 쉽고 깔끔한 해결책은 현행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다양당제를 촉진하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중대선거구와 비례대표제가 결합된 선거제도로 전환하면 제3당은 물론 제45당도 원내 진출이 가능하고이들 정당들이 원내에 진출하면 거대 양당에 맞서 교섭단체를 구성하거나원내 다수파 연합의 일원이 되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그러나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만 하면 해결되는 그 많은 문제들이 정작 누가 어떻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라는 원초적 문제에 부딪혀 진전이 없다양당 기득권 카르텔은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응하려 하지 않는다헌법을 바꾸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우리나라는 선거제도나 선거구 획정을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이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선거제도 개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고양이 스스로 자기 목에 방울을 다는 상황은 2017년 탄핵정국의 촛불집회 정도의 국민적 압력이 아니고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무엇일까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하나는 자강론이다순수하게 제3당의 실력으로 승부하는 방식이다거대 양당보다 더 뛰어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여 제3당이 국민적 지지를 획득하고 선거에서도 승리하는 방법이다이 방법은 불가능하진 않더라도 쉽지는 않다현행 소선거구제 다수대표제 하에서는 승리불가능론(can’t win syndrome)이라는 심리적 장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즉 1표라도 많은 사람이 당선되는 선거제도 하에서는 나의 표가 사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3당 후보보다는 1, 2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유권자의 자연스런 편승심리다지난 20대 총선결과는 이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국민의당이 전체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13석을 차지하는 선전을 했지만지역구의원 선거에선 당선된 지역구 25석 중 호남지역 23석을 제외한 비호남지역에서는 겨우 2석 밖에 얻지 못했다특히 수도권지역에서는 분할투표가 이루어져 야당을 지지했던 다수의 유권자들이 지역구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서울 35인천 7경기 40), 비례대표투표는 국민의당을(서울 25.9%, 경기 27.0%, 인천 26.9%) 선택했는데이러한 분할투표는 승리불가능 심리기제가 작동한 결과다자강론이 의정활동이나 일상적 정치활동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선거에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자강론은 비례대표제라는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다소 허망한 선거결과 앞에 좌절할 운명이다.

 

 

자강론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면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자강을 전제로 제3지대 중도성향 정당과 정치세력의 광범위한 통합을 통해 정당의 지지외연을 넓히는 것이다정당의 지지기반 확대는 갈등과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정당(정치세력간의 통합을 통해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민주당 통합새정추-민주당 통합처럼 정당의 지지율 반등과 장기지속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정당 간 통합이었다정당사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정당의 흥망성쇠 역사는 위기에 직면한 정당이 위기돌파의 수단으로 통합을 선택했을 때 지지율 반등과 장기지속 혹은 정당승계가 가능했음을 보여준다우리와 같은 양당제 국가인 영국에서 제3당이었던 노동당이 자유당을 대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강력한 사회운동세력인 영국노총(TUC)과의 연대가 원동력이었고정당의 이합집산과정에서 진보성향의 자유당의원을 흡수하여 원내 2당이 되었고이를 기반으로 집권당의 지위에까지 오르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지지율 반등과 장기지속이라는 두 가지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중도 및 제3지대에 존재하는 양당의 통합이 필요하다두 정당이 각각 호남과 영남에 갇혀있는 문제를 양당 통합을 통하여 극복한다는 점이 중요하다지역과 이념사회정책의 패러다임을 넓힘으로써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경계지대에 위치한 유권자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양당의 통합을 통한 정치지반과 지지기반 확대는 정치적 신뢰와 장기지속성에 대한 유권자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심리기제로 작동할 수도 있다양당의 통합이 양당만의 통합이 아니라 제3지대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세력과 정치세력싱크탱크들의 통합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면 통합의 효과는 더욱 극대화된다통합의 과정에서 소수 이탈자들이 발생할 수 있으나이들은 지역적 한계와 구태이미지로 인해 지방선거에서부터 휘몰아칠 세대교체의 칼바람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결국 이들 앞에는 과거 새한국당국민신당자유선진당꼬마 민주당처럼 소멸 혹은 거대정당으로의 흡수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양당제의

소용돌이를 넘어

 

<양당제의 폭정(The Tyranny of the Two-Party System, Columbia Univ. Press, 2002)>을 쓴 리사 디쉬(Lisa Jane Disch)는 양당제를 이데올로기로 보고이것이 양당제의 폭정을 가능케 한다고 주장한다양당제가 두 정당의 카르텔 결성을 장려하고선거과정에서 혹은 B의 이분법적 사고를 유권자에게 강요할 뿐만 아니라 수권정당의 지위 역시 양당 중 한 정당에게만 부여된다양당제의 힘이란 결국 이러한 편향되고 왜곡된 담론들의 힘이며이렇게 만들어진 상식이 제3세력은 승리할 없다는 심리적 장벽과 결합되어 유권자의 무기력을 조성하여 양당제에 만족하지 못하는 다수의 선거불참자를 만들어내 양당제의 폭정을 구조화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한국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진 않다촛불집회라는 분노의 화염’ 상황을 예외로 한다면한국정치는 대중의 무관심과 기득권 정당의 교차 집권이라는 포스트 민주주의적 징후들이 매우 광범위하게 재현되고 있다양당제의 폭정이 구조화될 환경적 여건이 이미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3지대 중도정당의 통합을 통한 양당체제 견제는 단순히 제3당의 생존을 넘어 한국정치의 책임성 회복과 자유민주적 정치질서의 장기지속그리고 포스트 민주주의라는 병리적 현상 극복을 테스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인지 모른다열망으로 시작해 절망으로 끝나는 역대 정권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정치실험은 계속되어야 한다지금 우리는 양당제의 소용돌이를 극복하기 위한 중도정당 통합의 중요성과 가능성에 보다 주목할 때다.

 

 

 

 

        

※ 이 보고서는 싱크탱크 미래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