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Briefing


[제10호] 한국GM 문제의 경로의존성과 시사점 - 허찬국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
2018.03.26



한국GM에 부적절한 먹튀라는 비판

한국GM의 구조조정이 첨예한 현안이다. 구조조정 문제는 과거에 의해 현재의 상황이 만들어지는 경로의존성이 크다. 미국 GM의 자회사인 한국GM의 경우 본사의 경로도 외부 환경을 결정하는 변수이다. 따라서 이런 경로와 환경에 대한 이해와 현실에 대한 직시가 지속 가능한 상생 방안 마련에 필수 불가결하다.

작금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GM의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과거 전략적 단기투자로 큰 수익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던 외국 자본을 매도하는 신조어 먹튀가 쓰이고 있다. 한국GM튀지않았을 뿐더러 15년 넘게 직접 고용한 1.5만 명이 넘는 인력과, 30만 가까운 하청업체 근로자와 가족들에게 안정된 생계수단을 제공해왔다. 아울러 2003년 이후 매년 40만 대 내지 80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이런 기업을 몇 년 만에 시세차익만 챙기고 한국을 떠난 금융투자자에 빗대어 매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기업은 주주의 이익에는 긍정적이나 다른 이해관련 당사자들(stake holders)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부정적 파급효과가 크면 적법한 결정이라도 비판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안마다 여기에 해당되는지는 냉정히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의 기업들도 여러 나라에 생산기반을 갖추고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이 입지한 국가에서 경영상 판단으로 공장폐쇄 결정을 내렸을 때 현지에서 먹튀라는 반발이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국GM의 전신은 1997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1999년에 해체된 대우그룹의 계열사 대우자동차이다. 국내 은행들에 채무가 많고, 고용규모가 큰 대우조선과 대우자동차 처리가 한국 경제의 상당한 숙제였다. 매수 희망자를 물색한 끝에 미국의 포드사가 인수를 사양한 대우자동차를 GM이 인수한다. 이에 비해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이하 산은)의 계열사로 남아 공기업이 된다.

대우자동차 후신인 한국GM이나 대우조선 모두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 닮지 않았느냐고 할지 모르나 그렇지 않다. 산은계열 편입 이후에도 대우조선에는 약 13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는데, 아직도 자력 회생 전망이 불투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전직 산은 회장, 대우조선 사장 외에도 회사 회계책임자,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관계자, 노조간부 등을 감옥소로 보내며 기업이라기보다 경제범죄자 양성소와 같은 면모를 보였다.1)


망했다 재기한 회사GM

 한국GM의 본사인 미국 GM의 지난 10년의 부침(浮沈)을 살피는 것이 큰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GM은 설립한지 백년이 넘는, 2008년 도요타가 추월하기까지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였다. 2009년 당시 9백 만 대의 차를 34개국에서 생산하였고, 460개가 넘는 자회사와 전 세계적으로 23만 명, 미국 내에서만 9만 명이 넘는 종사자를 고용하고 있었다. 그런 GM20096월 파산은 많은 이들에게 멸종한 공룡을 연상시켰다. 미국 정부가 인수하기로 하고 이루어진 절차였지만 공식적인 파산이었다.

자산에 비해 2배가 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했던 GM은 파산신청 후 대폭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미국 내에서만 공장 13곳을 폐쇄하고 인력을 2만 명 이상 줄이며 자산과 부채를 대폭 감축한다. 그 후 신주매입을 통해 최대 주주가 된 미국 정부는 구조조정으로 가치를 회복한 GM의 주식을 분할 처분하여 2013년 말 개입을 끝낸다.

GM의 추락에는 제품의 경쟁력 상실이 근본적 원인이다. 과거 50% 이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980년대 이후 수입차 급증으로 2000년대 말에는 25%를 하회한다. 경쟁력 약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1950년대 회사 전성기에 미국자동차노조와 맺은 퇴직 근로자들에 대한 연금과 건강보험 등 상당히 후한 복지후생 제공계약에 따라 발생하는 막대한 고정비였다.

우리나라와 같은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없는 미국에서는 사적인 의료보험과 의료비가 비싼데, 그 비용이 2009년 판매되는 차 한 대당 1400달러에 달했다. 2) 새로 미국에 진출한 일본과 유럽 경쟁사들은 이런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경쟁사들의 동종 차에 비해 GM차는 그 만큼 가격이 높았다는 것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팔리는 차를 계속 생산하면 고정비 부담이 문제가 없을 것이나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2007년 시작된 미국의 경기 악화와 당시 고유가는 중대형차 중심의 GM에 치명상을 입혔다. 다급해진 GM은 자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했고, 심지어 해외 최대 시장인 유럽의 핵심 자회사들까지 매물로 내놓았다.

 

GM의 파산에도 한국GM 살아남은 이유는

한국GM 매각은 언급되지 않았다. 2대 주주 산은과의 계약으로 인한 제약도 있었지만, 2007년 소형차 중심의 한국GM은 매우 양호한 성과를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3년 대우자동차의 일부 공장만 인수했던 한국GM40만대 미만의 판매를 기록하며 출발했으나 호조세에 힘입어 추가 공장인수로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2007년에는 수출 급증으로 백만 대 가까운 차를 팔았다.

본사가 어려움을 겪던 2009년 한국GM도 자금난으로 산은으로부터 차입했으나 업황 개선으로 2년 후 1조가 넘는 차입금을 다 갚는다. 그 후 10여년에 걸쳐 많은 회사 근로자와 하청업체 근로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왔다.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한국GM 공장들의 입지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노조는 회사의 실적 호조를 용트림하는 기회로 삼는다. 노조는 2011년 파업 등을 수단으로 임단협을 강하게 밀어붙여 요구를 관철시켰다. 당시 금속노조의 한국GM 지부장은 협상 타결 직후 올해 우리는 지난 10 년간의 압박과 굴레 속에서 벗어나 노동조합의 정체성을 확보했다고 했다. 대우차 시절의 강성노조 명성을 드디어 회복했다는 평가였다.

그 이후 한국GM의 직원수가 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건비는 계속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2011, 2012, 2013년 직원 수가 각각 17.13천명, 17.15천명, 16.96천명이었던 것에 비해 각 년도 인건비는 1.26조원, 1.34조원, 1.36조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한국GM의 평균 임금이 8670만원(2016년 기준)으로 국내 경쟁사 르노삼성의 6550만원에 비해 훨씬 높고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도 한국GM11.4%로 르노삼성보다 2배나 높다한다.5)  노동계도 한국GM의 임단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6)


비용구조 개선과 생산성 증대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구조조정은 무엇보다도 회사와 노조의 문제이지만 자금 지원의 당근을 지닌 정부 또한 이들 못지않게 엮여있다. 그런데 자칫 회사와 노조 모두 정부를 압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협상에 임할 수 있다. 먼저 회사의 경우 군산 공장의 폐쇄로 비용감축 조치를 시작했다. 다음 단계의 결정은 노조의 양보와 정부의 지원 정도에 따라 결정할 것이다. 노조의 입장에서 비용감축에 협조하면서도 최대한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 통상적인 경우 회사와 노조 쌍방이 설득과 타협을 통해 해결점을 찾는다.

그런데 일자리 만들기 공약을 크게 내세웠던 정부는 최저임금 혼선 등으로 고용사정 악화를 겪으며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정부가 내세운 지원 3대원칙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고용축소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심사일 것이다. 회사도 노조도 이런 정부의 조바심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회사와 노조는 실제로 정부에게 지원의 명분을 줄 수 있는 최소한의 타협안으로 문제를 봉합하려 할 개연성이 높다. 만약 이렇게 되면 몇 년 후 환경 변화에 따라 다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파산이라는 극단적인 절차를 거치며 몸집을 줄이며 대부분 해외 시장에서 철수한 후 전기차, 무인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GM에 대해 시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쟁사 포드나 현대차 주가가 2013년 이후 추세적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에 비해 같은 기간 GM주가는 오히려 상승하거나 안정세를 보였다. 한국GM은 기술력과 신뢰도를 높여 GM의 새 길을 같이 갈 수 있는 믿을만한 동반자임을 보여주는 것이 근본적 해결 방안이 될 것이다.

특히 비용구조, 인건비 등의 경쟁업체 기준선 대상을 제대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 해외에서 국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 어려워 전체 생산 대비 국내 생산비중이 200770%대에서 현재 40%대로 낮아진 현대기아차가 아니라 국내 생산을 늘리고 있는 르노삼성이 기준선이 되어야 한다.

한국GM의 현실적인 생존 방안은 GM 본사의 새로운 전략에 불가결한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설비를 대체하는 큰 규모의 신규투자가 있어야 한다. 크고 장기적인 GM 본사의 투자가 이루어지려면 중장기적으로 기업경영 여건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 두해 임금동결로 될 일이 아니다.

지각변동이 진행되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서 새로운 경쟁력 기반을 발 빠르게 구축하고 있는 GM사의 동반자가 되는 것이 단기뿐 아니라 중장기적 생존 전략이다. 새로운 시설과 기술을 체득하여 향후 한국GM이 본사와 결별하는 일이 있을 경우에도 독자적인 경쟁력이 있어 다른 회사들이 매입하려고 경쟁하는 그런 계속 기업(going concern)이 되어야 한다.


1) 대우조선 문제에 대한 진단은 필자의 ‘1997년 기아차, 2017년 대우조선?’ (20161028)
참조할 것. (http://www.freecolum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26)

2) 우리나라는 공적 의료보험제도를 갖추고 있어 미국에 비해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산은회장이 최근 제기한 한국의 사회보장제도 미비가 구조조정의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은 의료분야 사회보장에 관한 한 맞지 않다. 판매 차 당 비용은 Economist200964일 기사 ‘A giant falls’ 참조.

3) 미디어오늘, 20111116일 기사 정부·노동자 길들이는 ‘GM 스타일산은이 방패될까

4) 중앙일보 2018222일 기사 ‘[단독] “한국지엠, 군산공장 문 닫아도 2700명 추가해고해야

5)서울파이낸스 2018319일 기사 한국지엠 임금비중, 르노삼성 2...’인건비 구조개선시급

6) “물론 현재의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지난 수년간 위기가 눈앞에서 진행 중인데도 실리적 임단협에만 집중했었다. 또 몇 년 전에는 취업비리에도 연루되는 등 그다지 사회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 (노동자운동연구소 Issue Paper ‘철수론 이후 한국지엠의 대안’ 2018223, 16)

이 보고서는 싱크탱크 미래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