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Briefing


[제11호] 소득주도 성장론과 한국경제의 암운(暗雲) - 최성호 (경기대 행정대학원 교수)
2018.04.02


 

소득주도 성장론이란

 

소득주도 성장(income-led growth)’은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대표 브랜드다. 그런데 그 이름부터 잘못 지어졌다. 경제성장은 국민경제의 생산과 소득, 지출이 증가하는 현상이다. 국내 기업의 생산이 증가하는 것이 성장이다. 생산된 재화·서비스를 구매하는 지출은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수출로 구분된다. 생산된 재화·서비스를 판매하여 얻은 소득은 임금, 이윤, 이자, 임대료로 분배된다. 이 때 생산, 소득과 지출의 금액이 일치한다 하여 국민소득 3면 등가의 법칙이라 한다. 따라서 소득이 느는 것을 성장이라 할 수 있는데 소득이 주도하여 소득이 는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굳이 개념부터 바로 잡는다면 이윤주도, 이자주도, 임대료주도의 성장과 대비하여 임금주도 성장(wage-led growth)이라 할 것이다. 현 정부가 주요 경쟁국과는 거꾸로 법인세를 인상하는 걸 보면 이윤주도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현금부자의 이자소득이나 주택소유자의 월세소득을 늘리자고 할리도 만무하니 정녕 임금주도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이란 임금소득 중심의 가계소득을 늘리면 임금이 이윤, 이자, 임대료 등 자본소득보다 소비성향(소득 중 소비 비율)이 높으니 소비가 증가하고 총수요가 늘어 생산이 확대된다는 점을 강조한다.1) 임금과 소비의 연계에 의한 성장은 과거 수출주도 성장의 한계를 넘어서 내수비중을 높임으로써 더욱 안정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자본소득에 비하여 노동소득의 비중이 (바람직한 수준에 비해)작고, 노동소득 또한 부문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면, 저소득자의 임금을 높여줄 때 소득분배가 개선되므로 더욱 포용적 성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더구나 내수 비중이 큰 중소기업의 판로가 확대되는 부수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따라서 임금소득 증대의 성장 기여를 높이는 노력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임금소득 증대가 성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과도한 기대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인 정책선택에 있다.


임금소득 증대가 성장과 고용을 높일 수 있는가

 

우선 임금소득을 늘려 총수요를 진작함으로써 얼마나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고용을 늘릴 수 있을지는 더욱 의심스럽다. 소득주도 성장론의 근거가 되는 기본적인 가설이 아직 실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임금인상이 지속성장을 주도한다는 논리 자체가 비약일 가능성이 크다. 2017년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7.8%이다. 따라서 잠재성장률 1%p를 높이려면 소비증가율을 2%p 이상 상향조정해야 하며 그러려면 명목 임금소득이 매년 10% 가까이 증가해야 한다.2) 또한 임금소득 증가로 소비가 확대될지 부터가 문제다. 작년 말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의하면 최저임금이 정부계획대로 20201만원이 되면 민간 소비의 증가율이 0.92%포인트 위축될 것이라고 한다.3)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고 기업의 고용이 감소함에 따라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 한다. 설령 소비가 증가한다 해도 최저임금이 10% 오를 때 고용이 1.4% 감소하여 16만여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4) 임금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201812월의 도소매, 숙박·음식업 고용이 1년 전에 비해 11만 명 이상 감소하고 1월 실업급여 신청자는 작년에 비해 32% 증가한 15만 명 수준으로 2013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다.5)

 

노동생산성 향상의 결과로 임금이 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부 개입에 의해 인위적으로 임금이 인상되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거나 기업의 투자마인드가 저상되어 고용이 줄고 성장이 위축되기 십상이다. 더구나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의 경우 소비수요 증가가 실현된다 해도 그 상당부분이 해외수입으로 누출되어 성장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미약할 것이다. 임금인상은 가계에게는 소득이지만 기업에게는 비용이다. 급격한 임금인상으로 인한 비용증가는 국내 기업의 해외 아웃소싱이나 생산기지 해외이전을 초래할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7개 국내 대기업들이 20102016년 동안 국내 일자리는 8.5% 늘린데 반해 해외 일자리는 70.5% 늘렸다6) 임금상승의 가속화는 이런 추세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총수요 견인에 의한 경제성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국민경제의 중장기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총수요 확대보다 총공급 확대가 중요하다. 임금을 높여 총수요를 진작하는 총수요관리 정책으로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가져올 수는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만 촉발하고 성장을 지속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거시경제학의 정설이다. 총수요 부양에 의한 성장이 지속 가능하려면 총공급 측면에서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속가능 성장은 수요 측면의 자극보다는 생산성 향상과 신산업 성장 등 공급 측면의 혁신으로 가능하다. 소비를 늘리는 소득주도 성장보다 투자를 늘리는 이윤주도 성장이 더 중요하다고도 한다.7) 한국은행의 추정에 의하면 잠재성장률에 대한 생산성의 기여도는 2001~20051.9%포인트에서 2006~20101.3%포인트, 2010~20150.9%포인트로 하락 추세다.8) 이러한 추세를 되돌려야 한다. 미래 성장은 소득 중에서 적정 비율을 저축하고 이를 기술, 인력, 설비, 인프라 등 투자로 연계하는 선순환의 연계 고리에 달려 있다. 빛의 속도로 파괴적 기술이 진보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공급 측면의 혁신이 더욱 중요한 성장기반이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를 범할 수 있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성장과 형평의 동시 추구로 정책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 앞에서 논의한대로 저소득자의 임금 증대는 소비확대로 성장을 높일 뿐만 아니라 계층별 소득분배를 개선하고 내수 비중이 큰 중소기업에게도 유리하여 형평 또한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 목표인 성장과 형평이 대개는 상충관계에 있는데 임금을 높이는 정책은 성장과 형평을 모두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세상사가 그리 단순하면 얼마나 좋을까.

 

형평 제고를 위해 임금인상은 유일한 정책수단도 아니고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은 더더욱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윤, 이자 등 자본소득보다 임금소득을 더 올려야 한다는 기능별 소득분배는 형평제고에 효과가 불분명하다. 가구당 총소득을 근거로 하는 계층별 소득분배의 형평 제고 효과가 더 확실하다. 소득격차를 완화하여 형평을 개선하는 데는 실업급여와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복지보조금, 근로장려세제와 누진과세, 공교육 개선 등의 정책수단이 더 효과적이다.

 

적정한 임금인상과 함께 이러한 재분배·복지 정책수단으로 형평을 제고하고 총수요 진작에 의한 성장률 제고는 재정확대나 금융완화를 시행하면 될 일이다. 여기에 총공급 확충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 벤처생태계 확충, 규제완화와 기업환경 개선 등을 더하면 성장친화 정책조합(growth-friendly policy mix)이 완성될 수 있다. 소득 양극화와 빈곤을 완화하기 위하여 저임금,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높이는 정책이라면 모르되 임금을 통한 성장이라는 이론, 실증 양 측면에서 모두 근거가 희박한 가설을 들먹일 필요는 없다. 실증연구도 임금의 소득비중과 국민경제 성장률이 함께 움직이는 상관관계를 보이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전자가 후자에 영향을 주는 인과관계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9) 나아가 노동생산성 상승을 초과한 임금인상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불합리한 정책선택이 한국경제의 앞날에 암운(暗雲)을 드리우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허구적인 개념과 이론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근거를 둔 비합리적인 정책선택이 한국경제의 앞날에 암운(暗雲)을 드리우고 있다는 현실이다. 문재인정부는 사람 중심경제를 표방하며 일자리와 가계소득 증가로 내수를 이끌어 성장하며, 혁신창업과 신산업 기회로도 성장한다 하여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혁신성장의 중요성도 강조하는 듯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소득주도 성장을 우선으로 여기는 경제정책 기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의 기초인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고 노동시장 개혁을 지연시키는 정책 프로그램을 양산하고 있다. 81만 개의 대대적인 공공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획일적인 정규직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예산으로 공무원 일자리를 급격하게 늘리는 처방은 세계에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고용정책이다. 대공황 시기의 선진국도 일시적 고용을 창출하는 공공사업을 일으킬지언정 30년 재정부담을 초래할10) 공무원 채용 확대를 도모하지는 않았다. 공무원 채용 확대는 정부기능·조직과 재정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전제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하룻밤 사이에 특정 업종과 품목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프리랜서나 파트타임 등 비정규직의 비중은 늘어나는 게 정상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확대를 위해서도 요긴하다.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의 직업 안정성과 처우를 개선하는 사회관행과 제도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정규직화할 수 있는 일자리는 공공부문 고용이고 그게 다 세금 부담이다.

 

최저임금제의 경우 인상의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경제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인상되어야 한다. 문제는 그 속도다. 기업이 임금상승에 적응하여 생산성을 높여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최저임금을 연간 16%씩 인상하는식의 소득정책은 기업부담 가중에 따른 투자와 고용 위축을 초래할 것이다. 최근 5년 간 미국, 일본, 독일, 영국, 유로평균 모두 실업률이 낮아졌는데 한국만이 20123.2%에서 20173.7%로 상승했다.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인 10% 수준이다. 최저임금 위반기업이 작년 14%에서 금년 20%로 늘어날 전망이고,12) 수혜근로자의 많은 비중이 아르바이트와 부업으로 일하는 10대 청소년이나 주부인 점을 감안하면 형평제고 효과에도 허점이 많다. 더구나 수혜 근로자의 71%10인 미만, 95%100인 미만 사업체에 고용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13) 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부담은 주로 짊어지고 수요확대 효과는 국내 대기업과 해외로 분산되어 대기업·중소기업 격차는 더욱 심화된다. 고용과 성장의 주체는 기업이다. 황금알을 거둘지언정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먹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에 기반을 둔 기업비용 급증정책은 불평등완화에는 별 기여 없이 일자리를 줄이고 성장을 위축시킬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한국경제의 행로에 적신호가 켜졌다. 세계적인 경기회복과 투자, 고용 성장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형국이다. 새로운 첨단, 융합 기술과 플랫폼에 의한 발 빠른 창업과 급속한 기업성장의 대세에서도 밀려나 있다. 현 정부가 하루 빨리 합리적 정책토론과 균형 있는 정책선택으로 위기상황에 직면한 한국경제의 암운을 걷어 내고 지속 가능한 성장경로로 되돌려 놓는 노력에 착수하기를 고대한다.

 

 이 보고서는 싱크탱크 미래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박정수, 전게논문.

2) The Economist, South Korea tries to boost the economy by hiking the minimum wage, 2017.10.12.

3) 한국은행(2018), 해외경제 포커스, 2018.2.

4) 공무원과 그 배우자의 연금부담까지 감안하면 더 긴 세월이 될 것이다.

5) 박정수(2017),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 한국경제연구원, 정책연구 2017-05.

6) 한국은행(2018), 내부보고서.

7) 표학길(2016), 소득주도성장과 이윤주도성장, 한국경제의 분석, 22(2), 103-151.

8)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중앙일보와 조사한 결과다. 중앙일보, 일자리 떠난다: 대기업 고용 국내 8%, 해외선 70% 늘어, 2018.3.15.

9) 고용노동부, 노동시장 동향, 2018.3.

10) 이정민(2017), 최저임금의 노동시장 효과, “최저임금 1만원시대 가능한가,” 국회정책토론회, 2017.6.9.

11) 국회예산정책처(2017), 최저임금 인상의 경제적 효과, 내부보고서.

12) 변양균, 경제철학의 전환, 바다출판사, 2017.

13) 전수민·주상영(2016), 한국의 기능적 소득분배와 총수요: 단일방정식 접근, 사회경제평론 제51; 홍장표(2014),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 변동이 총수요에 미치는 영향: 임금주도성장모델의 적용 가능성, 사회경제평론 제43.